
부산항만공사(BPA) 명칭을 둘러싼 경남도와 부산시의 입장 차이가 다시 불붙고 있다. 총사업비 15조 원이 투입되는 진해신항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항만 운영 주체의 명칭과 권한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20년 만에 재점화된 것이다.
경남도는 지난달 부산항만공사를 상대로 '부산경남항만공사'로의 명칭 변경과 항만위원회 위원 수 확대를 공식 요청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전 구역이 위치한 진해신항이 부산신항과는 별도의 신규 항만으로 추진되고 있음에도, 관리 주체가 여전히 ‘부산항만공사’로만 표기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진해신항은 지리적·행정적으로 100% 경남 관할에 있다”며 “명칭 변경은 운영 참여권과 정책 결정구조의 합리화를 위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또한 현재 1명에 불과한 BPA 항만위원회 경남 추천 몫을 부산과 동일한 2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도는 별도의 '경남항만공사'설립 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반면 부산시와 부산항 관련 단체들은 “BPA는 이미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브랜드”라며 명칭 변경에 부정적이다. 부산항의 브랜드 가치는 국가 해운 경쟁력의 상징이며, 이를 흔드는 것은 브랜드 정체성과 효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부산 측은 또 “부산항 관련 물류·서비스 기업의 비율이 경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며, 기존 구조가 실질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 지자체의 갈등은 2000년대 초 부산신항 개발 당시 진해 앞바다 매립 과정에서 이미 시작됐다. ‘부산항’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된 신항 개발이 사실상 경남 땅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경남도의 불만으로 이어졌고, 이후 항만 운영권과 세수·물류 혜택이 부산에 집중되자 갈등이 고착화됐다.

경남연구원 박병주 혁신성장본부장은 “항만 명칭은 지역의 경제적 주도권을 의미한다”며 “진해신항이 100% 경남에 건설되는 상황에서 '부산경남항만공사' 로의 변경은 시대적 요구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부산과 경남이 항만 운영을 공동 주도하면서 지역 균형발전의 새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해외에서도 다지역 협력형 항만공사운영 사례가 일반화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뉴욕·뉴저지항만공사’, 일본의 ‘게이힌항(도쿄·요코하마 통합)’이 대표적이며, 덴마크와 스웨덴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코펜하겐·말뫼항만공사’는 국경을 넘어선 통합 모델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회에서도 ‘항만공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관할이 둘 이상의 시·도에 걸친 항만은 행정구역을 병기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BPA의 명칭 변경 근거가 마련된다.
경남도는 “명칭 문제를 뒤로 미루면 향후 항만 운영권과 투자 결정권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고착될 수 있다”며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부산시는 “명칭보다 실질적 협력 체계를 우선해야 한다”며, 법적·제도적 협의 절차를 통한 단계적 조정을 제안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