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03년 이후 2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2011년(31.7명)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4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로 집계되면서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2022년 25.2명, 2023년 27.3명, 2024년 29.1명으로 3년 연속 상승세다. OECD 회원국 평균(10.7명)의 3배 수준이다. 한국과 함께 일본,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등이 상위권에 올랐으나,중년층 자살비율은 한국이 가장 높다. 지난해 국내 40대 사망자 중 26%가 자살로 생을 마쳤으며, 50대에서도 12.2%로 두 번째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 고려대 의대 이요한 교수 연구팀은 2013~2020년 자살 사망자 10만여 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22.5%가 경제적ㆍ직업적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자살률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반복되는 사회적 패턴으로도 드러난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장기 추세 분석에 따르면, 1960~70년대 정치 격변기, 1998년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ㆍ정치 불안 시기마다 자살률이 급등했다.
1960~70년대에는 젊은 층, 1990년대 이후에는 중장년층이,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고령층까지자살률이 높아지며 세대 전반으로 확산됐다. 연구 보고서는 “한국의 자살률은 일본보다 변화 폭이 크고 경제적 충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살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본다. 경기침체와 불안정한 고용, 가족관계의 약화, 정신건강 지원의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40~50대는 가정·직장·경제적 책임이 집중되는 세대로, 실직이나 건강 악화, 가족 갈등이 겹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며 “정신건강 관리체계와 위기 대응 지원이 중년층 중심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