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도지사 박완수)가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전략과 산업구조 개편 구상을 공개하며 동남권 경제지형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는 11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지역대포럼’에서 지방자치 30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이순신의 바다’ 남해안 비전과 경남 산업구조 개혁을 두 축으로 한 미래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은 KNN, 동남권발전협의회, 부산경남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공동 주최·주관했으며, 부산·울산광역시장과 유관기관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박완수 지사는 ‘지방자치 30년, 경남의 과제와 미래비전’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민선 8기 도정 방향을 “갈등보다 통합,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K-정신(Spirit)”으로 정의하며, 공직자의 책임 의식과 공동체 우선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 확산된 ‘K-푸드·K-팝·K-드라마’ 열풍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여주지만, 국내 정치·사회에서는 여전히 공익보다 사익이 앞서는 모습을 지적하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순신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순신의 바다’ 남해안…조선·물류·관광 묶는 신성장축
이날 발표에서 박 지사가 가장 비중 있게 다룬 것은 ‘이순신의 바다, 남해안의 비전’이다. 그는 남해안을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살아 있는 곳이자, 북극항로 개척 시 세계 물류의 중심기지로 성장할 잠재력이 큰 지역”으로 규정했다.
경남도는 조선·물류·관광 산업이 집적된 남해안을 국가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남해안을 글로벌 해양벨트로 구축해, 동북아 해양 물류망의 핵심 축이자 관광·서비스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복합 경제권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 전략은 이미 세계적인 조선·해양플랜트 기반을 보유한 통영·거제·창원 일대를 중심으로, 항만·물류·해양관광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도는 향후 국가 항만정책, 북극항로 개척 논의와 연계해 남해안 인프라 확충, 배후 산업단지 정비, 해양관광 콘텐츠 개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제조업 편중 넘는 ‘산업구조 개혁’…피지컬 AI·콘텐츠로 고도화
박 지사는 경남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산업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제조업 중심 구조만으로는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전통 제조 경쟁력은 유지하되 신산업을 결합해 산업 생태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경남도가 제시한 돌파구는 물류·제조·로봇을 결합한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특화 전략이다. 피지컬 AI는 인간형 로봇·자율주행차 등 실제 하드웨어에 인공지능이 탑재돼 스스로 상황을 인지·판단하며 작업하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는 경남을 제조 분야 피지컬 AI 기술 개발·실증 거점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했고, 2026~2030년 약 1조 원 규모의 국가 제조 분야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개발·실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경남도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피지컬 AI(경남형 제조 챗-GPT) 개발 시범사업’ 국비 197억 원을 확보해 도내 자동차부품 기업 등을 대상으로 데이터 수집·실증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을 기반으로 향후 수천억 원 규모의 후속 사업 유치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지사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경남을 물류·제조·로봇이 결합된 피지컬 AI 분야에 특화해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에게는 로봇·데이터·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중소·중견 제조기업에는 공정 효율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해 콘텐츠 클러스터와 연계…청년·창업 중심의 신산업 거점
경남도는 김해 콘텐츠 클러스터(경남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산업타운) 조성 계획과도 연계해 산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해시는 2024년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뒤, 신문동 일원에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약 7,000㎡ 규모의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산업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게임, 영상, 음악,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기업을 집적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청년·창업 기업을 지역에 붙잡고, 문화·관광·ICT가 결합된 창의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미 경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 콘텐츠코리아랩 등 기존 인프라와 연계한 ‘경남형 문화콘텐츠 클러스터’ 조성 전략이 추진 중으로, 피지컬 AI와 콘텐츠 산업이 결합될 경우 새로운 일자리·투자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지사는 “전통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인공지능·콘텐츠 등 신산업을 결합해 경남형 미래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제조·디지털·콘텐츠를 잇는 융복합 전략을 재확인했다.
‘경제자유자치도’와 부울경 초광역 협력…투자환경·광역경쟁력 동시 강화
경남도는 규제 부담을 최소화해 기업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경제자유자치도’ 비전도 내놓았다. 도 전역을 투자 친화적인 제도·행정 환경으로 전환해, 입지·인허가·세제·인력 양성 등에서 기업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박 지사는 경제자유자치도 추진을 통해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산·울산과의 ‘부울경 초광역 협력’도 강화한다. 도는 항만·물류·제조·에너지·관광 등에서 세 도시가 역할을 분담하는 공동 발전 체계를 구축하고, 정책·시민사회 협력까지 확장해 동남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부산·울산과 함께 대한민국 희망의 중심지 될 것”
발표를 마무리하며 박완수 지사는 “경남은 부산·울산과 함께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드는 중심지로 새 시대를 열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경남의 희망이자 미래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구체적인 투자액·고용 규모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남해안 개발·피지컬 AI 육성·콘텐츠 클러스터 조성·경제자유자치도 등 이미 추진 중인 사업과 정책을 하나의 미래 비전으로 묶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관련 사업의 예산 확정, 입지 선정, 민간 투자 유치 과정에 따라 지역경제에 미칠 실제 효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