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전경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전경

검사들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검찰개혁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조직 내부의 동요와 허탈감이 퇴직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로 지휘부가 사퇴하자, 검찰 내부의 사기 저하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퇴직자가 발생했다. 7월 23명, 8월 24명, 9월 4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추석 연휴가 있던 10월에도 10명이 사표를 냈다.

이는 2021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연도별 퇴직자는 ▲2020년 94명 ▲2021년 79명 ▲2022년 146명 ▲2023년 145명 ▲2024년 132명으로 늘어왔다. 그러나 올해는 10월까지 이미156명이 퇴직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방아쇠로 대장동 민간업자1심 항소포기 결정을 꼽는다.
사건 담당 지휘라인인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사들 사이에서는 “조직의 자존감이 무너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2022년에는 조직 문화에 반발한 MZ세대 평검사들의 퇴직이 많았다면, 올해는 중간간부급 이상 검사들이 떠나는 점이 특징”이라며 “법관 임용 경력이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되면서, 법관으로 전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통계자료

퇴직 여파는 현장의 수사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내란·김건희·순직 해병 등 3대특검에만 100명 이상의 검사가 파견돼 있으며, ‘건진법사 관봉권 의혹’과 ‘쿠팡 퇴직금 외압’ 등 추가 특검도 대기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은 6월 말 7만3395건에서 8월 말 9만5730건으로, 두 달 새 2만여 건(30%이상)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연말에는 미제 사건이 10만 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수사ㆍ기소 분리 이후 남게 될 역할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중견 검사는 “공소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조차 외부 입김으로 제약받는 상황에서 검찰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 비판 여론이 워낙 강해 검찰 내부의 목소리가 위축돼 있었지만, 항소 포기 사태로 내부 균열이 표면화됐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여당은 9월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검찰청 폐지를 공식화했으며,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제도개혁추진단’을 중심으로 보완수사권이관 및 공소청 신설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응해 대검찰청은 내부 의견 수렴을 위한 검찰제도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현재 전국 검사 정원은 약 2300명, 수사관 및 실무관은 약 7800명이다. 그러나 수사 인력의 대거 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중수청 신설 이후 인력 공백과 조직 해체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