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농어촌에 생활 기반을 둔 ‘관계 인구’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경상남도의회 조인제 의원(국민의힘, 함안2)이 대표발의한 「경상남도 농어촌 생활인구 유입 지원 조례안」은 빈집 재생, 체류형 복합단지, 생활·창업 거점 조성을 패키지로 묶어 농어촌에 머무는 사람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5년부터 추진할 ‘농촌빈집은행’과 ‘체류형 복합단지’ 같은 국비 공모사업과 호흡을 맞춰 국비 확보도 노린다.

“농어촌 지역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심화로 인해 지역 공동체의 존속과 농어업 기반 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청년층의 도시 이탈, 저출산, 농어촌 지역의 생활 인프라 부족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지역 경제와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조 의원의 진단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농가 인구 200만 명, 전국 비중 3.9%라는 현실과 겹친다.
조 의원은 “생활인구 유입 확대를 위해 소규모 주거시설과 편의공간 등 관리시설을 마련하고, 영농체험을 위한 텃밭 조성,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의 관광·문화자원과 연계한 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전입’과 달리 일정 기간 지역을 오가며 관계를 맺는 사람까지 포괄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생활인구 제도가 일본 ‘관계인구’ 모델을 참고한 것이라며, 체류형 주거와 복수 주소제를 결합해 정주 인구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한 마을은 기부 제도를 활용해 인구의 절반을 외지 출신으로 채우고 연간 수천만 엔의 소비지출을 끌어낸 사례가 있다.
조례안은 ▲생활인구 유입 종합계획 수립 ▲빈집·미활용 건축물 정보 통합 플랫폼 구축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 지원 ▲관계인구–지역기업 매칭 프로그램 ▲생활인구 데이터베이스 구축·평가 등을 도지사의 책무로 규정한다. 빈집 재생은 지자체가 확보한 빈집 목록을 민간 플랫폼과 연동해 공유하고, 농촌 체류형 단지는 20호 내외 소규모 주택·편의시설·텃밭을 갖춘 ‘미니 빌리지’ 형태로 추진한다.
‘생활인구+관계인구’ 방식은 단순 귀농·귀촌과 달리 장기간 체험과 교류 단계가 있어 실패율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해외·국내 70개 지역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는 관계인구 프로그램 참여자 가운데 약 26%가 3년 내 정주 인구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지역에 남은 인구가 늘면 서비스업 인프라가 확충돼 청년층의 생활 만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효과도 보고됐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빈집 정비를 통한 경제 효과가 집값 회복·관광객 증가 등 간접 효과를 포함해 연간 1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밖에도 복수 주소제를 도입해 주민세 일부를 생활인구가 체류하는 지자체에 배분한 일본 사례는 세수 증대와 지역 상권 매출 증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조 의원은 “중앙 부처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공모사업에 선정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으며, “이는 경남이 농어촌 생활인구 유입 정책의 선도 지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국비 확보를 통한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지역 맞춤형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집행기관 및 법률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 조례를 제정할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조례가 통과되면 지자체–농식품부–민간투자 매칭 구조가 형성돼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생활인구 측정 기준과 효과 평가 지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남도는 조례안 통과 후 6개월 내 ▲빈집은행 운영 계획 ▲체류형 단지 마스터플랜 ▲생활인구 통계 구축 방안 등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