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장관

검찰이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면서, 약 78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범죄수익 환수 논란이 지역사회까지 확산되고 있다. 형사 재판에서 추징할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어든 데다, 민사소송도 지연되면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 10월 31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징역 8년과 추징금 428억 원을 선고했다. 같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8억1000만 원), 정민용 변호사(37억2200만 원) 등에게 선고된 금액까지 합치면 추징금 총액은 473억3200만 원이다.

이는 검찰이 2021년 기소 당시 “민간업자들이 성남시 공무원 등과 결탁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며 구형한 7814억 원의 약 6%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검찰이 지난 11월 7일 항소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범죄수익 환수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7년) 만료를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범죄 당시 재산상 이득 규모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혐의만 인정해 부패재산 1128억 원을 추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추징액을 정했다.

문제는 피고인 5명은 항소한 반면,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상급심에서 형량이나 추징액을 더 무겁게 바꾸기 어렵다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2심에서 추징액을 크게 늘리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치권과 법조계,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민의 돈을 훔쳐 김만배 호주머니에 찔러준 꼴”이라며 강하게 비난했고, 대장동 수사·공판을 담당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내부 게시글을 통해 “남욱·정영학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검찰 조직 윗선이 수사·공판팀의 항소 요구를 막은 것 아니냐”는 법조계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10월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경남포스트 

반면 정부와 여당은 “범죄수익 상당 부분이 그대로 남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000억 원 정도는 이미 몰수보전돼 있다”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입증만 제대로 하면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도 “성남시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만큼, 이번 사건은 국가가 형사절차에서 몰수·추징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아직 본격적인 재판 절차도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대장동 1심 재판부 역시 판결에서 “민사소송 1심 변론기일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며 “공사가 민사소송만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매우 곤란해졌다”고 지적하고, “뒤늦게나마 피해 회복 과정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몰수보전된 2070억 원의 귀속 문제도 새로운 쟁점이다. 피고인 측이 1심에서 인정된 추징액을 근거로 법원에 몰수보전 해제를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법원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항소 포기는 장기간 유착 관계에 따른 부패 범죄에 대해 국가 형벌권을 포기하고 면죄부를 준 부당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이 제기된 정 장관 등 관련자를 공수처에 고소·고발하고, 2070억 원에 대한 가압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 사건의 항소 여부를 넘어, 대형 개발 비리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범죄수익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지, 또 검찰과 법원이 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