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향한 출발선이지만, 정작 어디서 뛰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판은 휘슬을 불었는데, 경기장 라인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셈이다.
선거구는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누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를 정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설계도다. 이 지도 없이 치러지는 선거에서 예비후보는 어디를 돌며 무슨 공약을 내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유권자는 누가 우리 지역 후보인지조차 알 수 없다. 룰이 늦게 정해질수록 정책보다는 조직이, 신인보다는 현역이 유리해지며, 불확실성의 대가는 언제나 약자가 치르게 된다.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미 수차례 논의됐고, 인구변화를 반영한 선거구 조정이 시급하다는 데는 여야가 모두 동의한 상태다. 과제도 명확하고 마감도 정해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지연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 의도적 방치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는 거듭 경고해왔다. 인구 편차를 줄여 표의 등가성을 지키라고 말이다. 인구가 빠진 지역과 늘어난 지역의 선거구를 방치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을 훼손하는 일이며, 정치권이 유불리 계산에 매달려 법 개정을 미루면 결국 선거 직전 급조된 게리맨더링과 땜질 처방만 남게 된다. 이는 또 다른 불신과 소송의 씨앗이 될 뿐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이미 분노로 바뀌었다. 지방의회와 시민사회는 국회를 향해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앙정치가 거대 담론과 정쟁에 골몰한 사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 장치는 귀찮은 잡무 취급을 받고 있다. 이것이 과연 유권자를 섬기는 정치인가, 아니면 유권자 위에 군림하는 오만인가.
이 문제는 한 번 처리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지연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선거구 획정의 기준일과 절차를 법으로 더 앞당기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법정 시한을 넘길 경우 자동으로 작동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독립기구의 안이 자동 확정되거나 직전 선거구를 기준으로 인구 상·하한만 조정하는 등 정치권의 침대 축구를 차단할 강제 조항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거구를 다른 정치적 안건과 연계해 흥정의 카드로 쓰지 않겠다는 여야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선거구는 정당의 거래 품목이 아니라 유권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6월 3일, 유권자는 제대로 된 경기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후보들을 보고 싶어 한다. 그 당연한 권리 앞에서 국회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 대신 지연을 끝내겠다는 책임을 보여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