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저녁, 경남도립미술관 1층 전시실에 어둑한 광택이 번졌다. 옻의 표면은 조용히 숨 쉬듯 깊이에서 빛을 밀어 올렸고, 관람객의 동선마다 ‘겹겹’의 흔적이 결을 만들었다. 개막 무대에 오른 지역 청년음악가 ‘음악공방’은 성파 스님의 대표작 ‘유동하는’에서 받은 이미지를 즉흥 연주로 펼쳤다. 

이날 개막식에는 박완수 도지사, 성파스님(대한불교조계종 종정·통도사 방장), 최학범 경상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도민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경상남도 제공)
이날 개막식에는 박완수 도지사, 성파스님(대한불교조계종 종정·통도사 방장), 최학범 경상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도민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경상남도 제공)

개막식에는 박완수 도지사, 성파스님(대한불교조계종 종정·통도사 방장), 최학범 경상남도의회 의장 등 내빈과 도민 150여 명이 함께했다. 이어진 인사말에서 박 지사는 “이번 전시는 경남도립미술관에 큰 의미를 더하는 자리”라며 전시의 상징성을 강조한 데 이어 “‘겹겹’이라는 주제는 오랜 시간 채우고 비우는 순환을 담고 있으며, 성파스님께서 수행과 예술 활동을 통해 그 정신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예술의전당 전시에 이어 국제 무대에서도 전시가 계획될 만큼 성파스님의 작품 세계는 독창성과 깊이를 인정받고 있다”며 “이처럼 수준 높은 작품을 도민과 함께 관람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옻칠문화는 경남의 오래된 전통공예로, 현대예술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 만큼 많은 도민들이 관람의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도에서도 참여 작가들의 창작 활동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성파 종정과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옻칠예술가 7인이 참여했다.(경상남도 제공)
이번 전시는 성파 종정과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옻칠예술가 7인이 참여했다.(경상남도 제공)

박 지사는 개막식 후 성파 스님과 함께 1층 제1전시실을 돌며 ‘유동하는’, ‘물속의 달’ 등 대표작 앞에서 예술관을 나눴다. 이 층은 성파 스님의 단독 전시로 구성돼, 오랜 수행이 응축된 대형 설치와 수중 회화가 관람 경험을 확장한다. 2층에는 구은경, 김미숙, 신정은, 유남권, 이수진, 이영실, 정직성 등 7인이 참여해 옻의 전통 공예 기법이 회화·설치·혼합매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특별전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COSMOS’의 호응을 지역 무대로 이어온다. 당시 전시는 ‘태초-유동-꿈-조물-궤적-물속의 달’로 구성해 성파의 평생 화업 120여 점을 선보였고, 수중 설치 작업이 주목을 받았다. 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 그 맥락을 바탕으로 성파의 대형 작업과 수중 회화를 다시 조명하고 지역 작가들과의 동시대적 호흡을 덧붙였다. 

박완수 도지사는 “이번 전시는 경남도립미술관에 큰 의미를 더하는 자리”라며 전시의 상징성을 강조한 데 이어 “‘겹겹’이라는 주제는 오랜 시간 채우고 비우는 순환을 담고 있으며, 성파스님께서 수행과 예술 활동을 통해 그 정신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경상남도 제공)
박완수 도지사는 “이번 전시는 경남도립미술관에 큰 의미를 더하는 자리”라며 전시의 상징성을 강조한 데 이어 “‘겹겹’이라는 주제는 오랜 시간 채우고 비우는 순환을 담고 있으며, 성파스님께서 수행과 예술 활동을 통해 그 정신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경상남도 제공)

옻은 옻나무 수액을 정제해 수차례 칠·건조·연마를 반복하는 공정으로 깊은 광택과 내구성을 얻는다. 전통 공방에서는 한 기물에 9~12회까지 겹겹이 올리는 방식이 일반적이었고, 방수·방습·항균 효과가 높아 수중 전시 같은 실험도 가능하다. 전시 주제 ‘겹겹’은 바로 이 물성의 시간성과 상징을 품는다. 

경남은 옻과 나전의 전통이 굵다. 특히 통영은 남해 자개와 공방 체계로 알려진 나전칠기의 대표 산지로, 지역 공예의 분업과 기술 축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전시는 그런 지역 뿌리 위에서 옻의 어제와 오늘, 공예와 현대미술의 접점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이날 개막식에는 박완수 도지사, 성파스님(대한불교조계종 종정·통도사 방장), 최학범 경상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도민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경상남도 제공)
이날 개막식에는 박완수 도지사, 성파스님(대한불교조계종 종정·통도사 방장), 최학범 경상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도민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경상남도 제공)

참여 작가들의 스펙트럼도 넓다. 구은경은 ‘문(門)’ 모티프를 통해 내부와 외부, 전통과 현대 사이의 매개로 옻을 다뤄왔다. 김미숙은 옻·자개·금박을 결합한 인물 옻칠 회화로 회화 장르에 옻의 물성을 끌어올렸고, 신정은은 ‘그룹 옻’ 활동과 성물 제작으로 옻의 쓰임을 확장했다. 유남권은 종이형태 위 옻으로 마감하는 지태칠기와 가구·오브제 작업에 강점을 보이며, 이수진은 평면·입체를 넘나드는 옻의 다재다능함을 실험한다. 이영실은 민화 어법에 옻칠을 접목했고, 정직성은 옻의 검은 표면과 자개의 빛을 병치해 ‘현대 자개 회화’의 어법을 확장했다. 

전시는 11월 14일부터 2월 22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사전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관람 시간은 10:00~18:00(월요일 휴관)이다. 관람 동선은 1층 성파 스님 단독전—2층 현대 옻칠 7인전으로 이어지며, 매표·입장은 마감 30분 전까지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