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난히 덥고 길었던 최악의 폭염으로 지난 8월 전기요금 누진제 최고구간에 속한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넘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경남도의회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상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조인종(국민의힘, 밀양2)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촉구 건의안’이 제419회 정례회 제3차 경제환경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조인종 의원은 “올 여름 폭염으로 전체 가구수의 40%가 넘는 일반적인 가정이 누진제 최고구간인 다소비 구간에 해당되어 전기 과소비자로 불이익을 받았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냉방 수요의 증가, 가전제품의 사용 확대 등 생활문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건의안을 발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로 1974년 오일쇼크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자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현행 전기요금은 용도에 따라 7개 계약종별(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로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전체 전력 사용량의 77%를 차지하는 산업용과 일반용은 두고, 15%에 불과한 주택용에만 누진제가 적용되어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현재의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이 소득보다 가구원 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저소득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누진 1단계(월 사용량 200kWh 이하) 가구 중 저소득층의 비중은 18.5%에 불과하다. 반면, 가장 비싼 요금을 내는 3단계(월 401kWh 초과) 가구 중 저소득층 비중은 7.2%로 나타났다. 이는 '전력 저소비층=저소득층'이라는 누진제의 전제가 사실과 다름을 보여준다.
또한, 가구원 수가 많은 저소득 가구는 전기 사용량이 많아져 높은 요금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4인 이상의 가구는 전체 3단계 가구 중 58.1%를 차지하며, 이들 중 많은 수가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저소득층이 오히려 높은 전기요금을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누진제가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효과도 제한적이다. 한국의 주택용 전기 소비량은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주택용 전기 사용량 증가 속도는 업무용이나 산업용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과도하게 억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누진제의 폐지나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복지 측면에서도 누진제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주택용이 아닌 일반용 전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전기요금 체계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조 의원은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 과소비를 막기 위한 징벌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가장 높은 요금이 적용되는 3단계 구간의 가구수가 가장 많은 상황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누진구간 확대, 하계기간 확대, 기본요금의 조정 등 전기요금 누진제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기 사용량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다자녀가구, 영유아 및 노약자가 있는 가구 등 사회적 배려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