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지역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AI 교육 실시 소식을 알리고 있다. 창원시의회는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AI 교육을 진행했고, 의령군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교육을 실시했다. 거제에서는 청소년 드론 교육 성과를 홍보하며 '미래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교육 투자라는 명분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이 사라져가는 학교 현장의 위기는 누가 챙기고 있는가.

디지털 역량 강화가 시대적 과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AI와 드론, 코딩 교육은 분명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공무원들이 먼저 이를 익혀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 또한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이런 '트렌드 교육'이 현장의 절박한 위기보다 우선순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경남도 내 60명 이하 작은학교는 81개에 달한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린 학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작 지자체들은 AI 교육 실시 보도자료 배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학생 분포의 극심한 불균형이다. 원도심 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존립 자체가 위태롭고, 신도심 학교는 과밀로 교실이 부족한 기현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한 학교는 복도에 가건물을 세우고, 다른 학교는 전교생이 한 학년도 안 되는 상황이 공존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AI 교육만 강화하면 격차는 오히려 커진다. 과밀 학교에선 최신 디지털 장비와 교육 프로그램이 집중되고, 작은학교는 교사 수급조차 어려워져 혜택에서 소외된다. '모두를 위한 미래 교육'이라던 명분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과연 AI 교육을 받을 학생조차 사라지는 학교에는 어떤 정책이 적용될 것인가. 드론을 날릴 아이들이 없는 농산어촌 학교의 현실을 외면하고, 화려한 교육 프로그램만 홍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정이다. 지금 경남 교육 현장에 필요한 것은 AI 강사가 아니라 학교 통폐합과 균형 배치에 대한 진지한 논의다. 원도심 학교 살리기와 신도심 과밀 해소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작 교육청과 지자체는 이런 '불편한 진실'을 회피한 채, 당장 성과로 보이기 쉬운 트렌드 교육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AI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학교 자체의 존립 위기와 학생 분포 불균형이다. 작은학교 81개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원도심과 신도심의 교육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트렌드 교육은 그 기반 위에서 추진돼야 의미가 있다. 학교가 사라지는 마당에 AI 교육을 논하는 것은 집이 무너지는데 벽지 색깔을 고르는 격이다. 경남 교육 당국은 화려한 홍보 뒤에 가려진 현장의 절박함을 직시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