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군과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는 제8회 조태일문학상 수상자로 박두규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2025년 출간한 시집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로, 가장 낮은 곳에서 바라본 삶과 죽음,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박두규 시인이 제8회 조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영성과 생명의 존엄을 담은 시집으로 조태일의 시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했다. (전남 곡성군 제공)
박두규 시인이 제8회 조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영성과 생명의 존엄을 담은 시집으로 조태일의 시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했다. (전남 곡성군 제공)

시집의 제목 '두텁나루숲 뒷간'은 자본에 절어 있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우주의 균형을 찾기 위한 영적 수행의 공간이다. 박두규 시인은 이곳에 앉아 안개가 걷히며 강이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고요 속에서 스스로 빛나는 존재의 본질과 마주한다. 이 깨달음은 '사랑'으로 완성되는데, 시인은 사랑이야말로 숲과 저잣거리를 잇는 유일한 길이자 시작부터 완성된 것이라고 노래한다. 결국 시집은 구체적인 공간에서 출발해 개인을 넘어 타인과 세상 전체로 향한 영적 순례의 기록이다.

시집의 핵심은 '영성'에 대한 깊은 탐구다. 특히 4부 「사랑의 완성」은 인도의 영적 스승 슈리슈리 아난다무르띠의 가르침에서 받은 영감을 형상화한 것이다. 시인은 완전성을 성취하려는 우주적 노력인 '사다나(영적 수행)'의 길을 걷는다. 이는 자신을 옥죄던 모든 경계가 사라지는 경험이며, 개아의 감옥에서 벗어나 온 우주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생의 모든 고통과 소멸을 끌어안고 마침내 지고의 의식과 하나가 되려는 한 영혼의 치열한 노래인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언어의 태도를 가장 높이 평가했다. 심사평은 "현실을 과장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사물 하나, 풍경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인내 속에서 시대의 상처와 인간의 존엄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태일이 민중의 삶을 통해 국토의 생명성을 발견했다면, 박두규의 시는 생태와 공동체의 감각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복원한다"며 "생명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묵직한 언어로 증언한 이 시집은 조태일문학상이 지향하는 시의 정신을 가장 깊이 구현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은 도종환 시인, 김수열 시인, 고봉준 문학평론가, 서효인 시인, 신철규 시인이다.

박두규 시인은 1985년 『남민시』 창립 동인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7권과 산문집 2권을 펴냈다. 전교조 창건 이후 20여 년간 조직 활동가로 활동했고, 순천작가회의와 여순사건순천시민연대, 순천교육공동체시민회의 등을 창립해 지역문예운동을 주도했다. 지리산으로 거처를 옮긴 후에는 지역 생태와 환경 보호에 앞장서며 문화신문 <지리산 人> 편집인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2천만 원의 상금,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 「국토서시」를 새긴 정병례 작가의 전각 작품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시상식은 9월 12일 오후 3시 곡성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