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항소기간 만료일(11월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이 제출되지 않았고,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대검 권한대행은 “협의 끝 결정”이라 했으나, 서울중앙지검장은 “의견이 달랐다”고 말해 지휘 라인의 판단과 책임소재를 둘러싼 혼선이 커졌다. 이런 사안은 형사사법의 예측 가능성과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정면으로 시험한다.

검찰의 비상소 결정은 법적 효과가 분명하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불이익변경 금지’를 규정한다. 다시 말해 항소심은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고, 추징 등 형에 준하는 처분도 원칙상 상향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2심에서는 피고인의 감형·무죄 주장만 심리되는 구조가 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추산해 온 개발이익 환수(7천억 원대)가 사실상 막히고, 현재 구조에서 최대 4백억 원대 추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항소 제기는 1심 선고 후 7일 내에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률상 실익’ 판단과 ‘공익 대표’로서의 책무 사이에서 더욱 높은 설명 의무가 뒤따른다.

논점은 ‘정책적 재량’의 문제가 아니라 ‘공소유지 책임’의 문제다. 1심 판단에 중대한 법리 다툼이 존재하고 범죄수익 환수 범위가 핵심 쟁점이라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 법리를 정립하고 환수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것이 검찰의 본령에 가깝다. 더욱이 내부 결재까지 거친 항소 방침이 최종 단계에서 번복되었다는 보도와 일선 검사들의 공개적 이의 제기는, 조직 내부의 법리 판단과 지휘 판단이 충돌했다는 의구심을 키운다. 이 대목에서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왜’ 비상소로 기울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법리와 자료에 근거한 해명이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결정을 둘러싼 기록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항소 포기 사유서, 관련 회의록·지휘 문서, 법무부와의 의견 교환 여부 및 시점, 환수 전망에 대한 내부 법리 검토 결과 등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개하고, 책임 있는 결재권자가 최종 판단의 기준을 설명해야 한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엇갈린 메시지는 곧바로 조직의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사후적으로는 ‘항소·상고 판단 기준’을 예규 차원에서 명문화하고, 공소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비상소 결정에는 외부위원을 포함한 점검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이는 검찰사건 처리의 정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최소한의 장치다.

결론은 명확하다. 검찰은 공익의 대리인이다. 상소권 행사는 권한이지만, 그 이면에는 법질서와 국민 재산 보호라는 책무가 있다. 대장동 사건의 비상소는 그 자체로 중대한 선택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지시했는가’라는 공방이 아니라, ‘어떤 법리와 자료로 이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답변이다. 검찰은 항소 포기 경위를 문서로 정리해 공개하고, 환수와 양형에 미칠 영향, 향후 유사 사안에서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의 권위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