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8월 1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제80주년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의결했다. 대상은 2,188명, 행정제재 특별감면은 83만4,499명 규모다. 법무부는 “국민 대화합과 민생·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명단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정경심 전 교수, 윤미향 전 의원, 최강욱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정치·사회적 함의가 큰 인물들이 포함됐다. 정부의 공식 브리핑과 명단에서 이들 포함 사실과 규모가 확인된다.

이번 특사가 거센 역풍을 부른 이유는 ‘누구를’ 사면했는지에 있다. 윤미향 전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관련 후원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로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이후 그는 사면 보도에 “고맙습니다”라는 입장을 냈고,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측은 “건강을 염려해 말을 아낀다”는 취지의 반응을 전했다. 광복을 기리는 자리에서 피해자 신뢰를 훼손한 당사자가 복권된 사실 자체가 상처를 덧내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국 전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2024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교육 공정성에 직결된 사건의 당사자를 취임 두 달여 만의 첫 특사에 포함시킨 장면은, 정부가 말한 ‘통합’보다 핵심 지지층 결집을 우선한 정치적 신호로 읽힌다.

최강욱 전 의원은 조국 전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2024년에는 관련 사안을 둘러싼 허위 발언 사건으로 벌금 80만원 유죄도 확정됐다. 그 역시 이번 특사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상식을 강조해 최 전 의원이 스스로 그 원칙을 동시에 훼손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비판이 거세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포함은 교육계에 더 각별한 파문을 남긴다. 그는 2018년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5명을 내정해 공개경쟁을 가장한 특별채용을 진행한 혐의로 2024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교육의 공정과 기회의 평등을 앞세웠던 진보 교육감이 채용 공정성을 무너뜨린 사건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광복절 특사”의 상징과 교육현장의 상식이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즉각 요동쳤다. 여권은 “국민 통합과 민생 회복”을 재차 강조했지만,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피해자 정의와 청년세대의 공정 감수성을 짓밟은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미향 특사에 반대하는 국회 여가위 소속 의원들의 성명, 보수야당 지도부의 강한 유감 표명이 연일 이어지면서, 몇몇 ‘상징 인사’가 전체 메시지를 사실상 잠식한 모양새다.
물론 사면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치화돼 온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2024년 광복절에는 김경수 전 지사가 복권 대상에 포함돼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역대 정권이 각각의 정치·여론 지형에 따라 사면 칼날을 휘둘러 왔다는 점에서, 사면권의 정치적 유혹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확인된다.
그럼에도 이번 특사가 유독 거센 역풍을 맞는 지점은 분명하다. 취임 초 ‘두 달여 만’의 시점, 광복절이라는 역사적 상징, 그리고 ‘공정’에 직결된 사건 당사자들을 한번에 사면시킴으로 도덕성의 기준선을 아예 낮춰버렸다는 인상을 준다. 정부는 정치권 전반과 경제인·생계형 사범을 함께 묶어 균형을 연출했지만, 핵심 상징 몇 명이 모든 메시지를 덮었다는 현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설명’이 아니라 ‘제도적 보완’이다. 헌법 제79조가 대통령의 사면권을 보장한다 해도 그 정당성은 기준의 엄격함과 절차의 공정함에서 나온다.
공직자 중대 비리와 같은 영역을 원칙적 제외 범주로 명문화하는 사면법 개정이 검토돼야 한다. 사면심사위원회는 외부위원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사회적 파급이 큰 사건은 사전 예고와 이해관계인 의견수렴을 의무화해야 한다. 심사 기준과 위원 약력, 가결·부결 사유 요약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형 확정 직후의 조기 사면을 막는 최소 경과 요건, 사면이 신뢰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영향평가서 공개까지 더해지면, 적어도 ‘내 편 봐주기’라는 의심을 줄일 최소한의 울타리는 세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