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미끄럼방지포장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보행약자들이 '보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효정 부산시의원(북구 만덕·덕천)은 14일 제33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부산 전역의 미끄럼방지포장 전수조사와 관리이력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촉구했다.

부산시의원이 확인한 덕천동 양천초등학교 인근 미끄럼방지포장이 벗겨져 있어 부산 전역의 관리 부실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광역시의회 제공)

지난 3월 13일 북구 만덕동 상학로 스쿨존에서 발생한 유치원 통학버스 3중 추돌 사고가 촉발점이 됐다. 25인승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났으며, 이후 80m 구간만 급히 재포장했다. 김 의원은 이를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도로교통법과 관련 조례에 따르면 시장과 교육감은 안전한 통학로·보행로를 위한 실태조사 의무가 있지만, 부산시는 관내 797개 어린이보호구역조차 미끄럼방지포장이 언제, 어떻게 시공됐는지 기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공 후 수년이 지난 미끄럼방지포장은 마찰력이 절반으로 떨어져, 장마철처럼 노면이 젖었을 경우 위험이 더욱 심해진다. 부산시가 2024년부터 매년 전문기관 실태조사를 약속한 총사업비 473억 원 규모의 '어린이 통학로 종합안전대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부산시교육청이 공개한 2025년 안전한 통학로 구축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미끄럼 사고가 다수 보고되면서 위험 구간의 공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으나 뚜렷한 조치가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고가 난 상학초등학교 현황조사에 이미 '통학로 경사가 매우 급해 우천 시 사고 위험이 있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이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는 심각했다. 북구 덕천동 양천초등학교 인근은 급격한 경사길에 미끄럼방지포장이 다 벗겨져 있었고,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 의원은 "부산 지역 다수의 미끄럼방지포장 시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현장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서울시가 25개 자치구의 미끄럼방지포장 시설 설치연도·공법·구간을 매년 전수 관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산시와 시교육청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예산만 구·군에 내려보내고 관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보호되어야 할 스쿨존 미끄럼방지시설에 대해 시·교육청·구군·경찰청 등 관련기관이 선제적으로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즉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점검 대상을 어린이보호구역에만 한정하지 말고 노인·장애인 등 보행약자와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부산 전역의 미끄럼방지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공연도·공법·보수이력 등 관리이력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필수다. 육안점검이 아닌 마찰계수 측정 등 성능검사 기반의 점검으로 전환해 당장 실시할 것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로를 위해 관련 조례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며 끝까지 책임지고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