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도민 생활과 지역 산업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찾기 위한 규제 개선과제 공모전을 연다. 5월 11일부터 6월 12일까지 33일간 진행되는 이번 공모는 민생규제, 지역산업 규제, 자치법규를 대상으로 한다.

도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제안 횟수 제한도 없다. 행정이 현장을 향해 귀를 열겠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규제개혁의 성패는 공모전 개최 여부가 아니라 공모전 이후에 갈린다. 생활 속 불편과 산업 현장의 막힘은 대개 한 부서의 안내문 하나로 풀리지 않는다. 자치법규를 고쳐야 하는 사안도 있고, 시군 협의가 필요한 사안도 있으며, 중앙부처 건의 없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사안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것은 제안 접수 뒤의 처리 경로다.

이번 공모에서 경남도는 창의성, 실현가능성, 효과성 등을 기준으로 실무 및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우수 1건, 우수 2건, 장려 3건 등 모두 6건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우수과제는 도와 시군 관련 부서 협의, 필요시 관계 부처 건의로 이어가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여기까지는 공모전의 기본 틀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정작 중심의 시상 구조를 넘어, 접수된 제안 전체를 어떻게 행정 개선 데이터로 남길 것인지에 대한 설계다.

도민이 제안한 과제가 채택되지 않을 수는 있다. 비규제 사항이거나 단순 민원일 수도 있고, 이미 다른 기관에서 채택한 제안일 수도 있다. 문제는 불수용 자체가 아니라 설명의 부재다. 제안자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면 참여는 쉽게 피로로 바뀐다. 반대로 가능한 범위에서 불수용 사유와 대체 안내가 분명하면, 그 자체가 행정 신뢰를 높이는 과정이 된다.

경남도는 이번 공모를 계기로 최소한 세 가지 후속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접수 과제의 처리 상태를 단계별로 관리하는 공개 가능한 요약 체계다. 개인정보와 민감 정보를 제외하더라도 ‘검토 중’, ‘부서 협의 중’, ‘중앙 건의 필요’, ‘수용 곤란’ 같은 상태값은 제도화할 수 있다. 둘째, 시군 규제개혁 담당부서와의 공동 검토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역 현장의 규제는 도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군 행정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셋째, 온라인 제출이 어려운 도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현장 접수·상담 보완책도 필요하다.

규제개혁은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불편을 끝까지 추적하는 행정의 습관에서 시작된다. 공모전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출발점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제안 이후의 답변, 협의, 공개, 재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경남도가 이번 공모를 단순한 참여 행사로 끝내지 않고, 도민이 제안한 문제를 행정이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신뢰의 절차로 만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