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진숙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이 재석 159명 중 찬성 157표로 가결됐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포럼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데 따른 징계였지만, 정작 이 결의안은 법적 효력이 없다. 국회가 특정 의원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인정하고도 실제 제명은 하지 못한 채 정치적 의사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는 국회의원 자질 관리 체계가 완전히 무력화됐음을 증명하는 치욕적 기록이다.

[정책 진단] 국회의원 자질 기준, 지방행정기관보다 낮아진 역설

신뢰도 지표는 이미 국회의 존재 이유 자체를 의심케 한다. 통계청이 2025년 3월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국회 신뢰도는 26.0%로 조사 대상 국가기관 중 최하위다. 반면 지방자치단체 신뢰도는 55.3%로 1위를 차지했다. 중앙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지방 행정기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전 현상이다. 군대(51.3%), 경찰(50.8%), 법원(46.1%)보다도 낮은 수치다. 국민은 국회를 가장 무능하고 비생산적인 기관으로 낙인찍었다. 이는 단순한 불신이 아니라 중앙 정치권에 대한 완전한 불신임 선언이다.

법적 효력 없는 제명 촉구 결의안이 헌정사상 처음 통과됐다는 사실은, 국회 스스로 의원 자질 관리에 완전히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국회의 비생산적 행태는 이제 희극을 넘어 비극의 영역에 들어섰다. 필리버스터 중 발생한 폭행 사건은 윤리특별위원회 제소와 형사고소로 이어졌지만, 국회는 여전히 자정 능력이 없다. 과거 민주화 운동 과정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와 달리, 최근에는 음주운전·폭행·사기 등 자질구레한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의원에게도, 동료를 폭행한 의원에게도 국회는 무력하다. 제명 촉구 결의안조차 법적 효력 없는 정치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문제의 근원은 공천 제도에 있다. 한국 정당에서는 공직후보 공천권이 일반 당원이나 유권자에게 매우 제한적으로만 개방돼 있다. 특정 지역 기반 정치지도자들이 후보 공천을 좌지우지하고, 현역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들이 장악한 대의원들로만 후보 선출이 이루어진다.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후보 공천은 원활하지 않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국회로 직행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장 경험과 검증 없이 정치권 인맥만으로 중앙 무대에 오르는 구조가 자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공천권을 쥔 소수 정치 브로커들이 국회의 질을 결정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국민의힘이 8월 12일부터 당 홈페이지를 통해 국회·지방의원 평가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기관 공모를 시작한 것은 뒤늦은 자각이지만, 이마저도 면피용 제스처에 가깝다. 선출직 공직자별 고유 활동 영역과 당무 기여도를 종합 측정하고 지역별 여건에 따른 유불리를 과학적으로 보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의 자의적 판단을 보완하는 수단일 뿐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2021년 이준석 대표가 시도했던 공천자격시험 도입, 다당제 확대를 통한 정치 양극화 완화, 당원 중심의 상향식 공천 강화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들과 당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법적 효력 없는 제명 촉구 결의안이 헌정사상 처음 통과됐다는 사실은, 국회 스스로 의원 자질 관리에 완전히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지방행정기관보다 신뢰도가 낮은 국회를 방치한다면 중앙정치는 극단 세력과 기회주의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것이다. 아니, 이미 전락했다. 국민은 이 비극적 희극을 지켜보며 정치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버리고 있다. 공천 구조를 뜯어고치고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이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된다. 그러나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할 국회의원들 자신이 가장 큰 저항 세력이라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