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제시가 '청년행정인턴 정책제안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청년들이 직접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정책을 제안한다는 취지다. 얼핏 보면 청년 참여를 독려하는 긍정적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시기 발표된 통계청 자료는 경남의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 1년간 경남에서 20대 인구 9천여 명이 순유출됐다. 비수도권 광역시도 중 최대 규모다. 청년들이 대거 등을 돌리는 현실에서 공모전 시상식이 유효한 대책일 리 없다.

물론 지자체 나름의 고민은 있을 것이다. 청년행정인턴제나 정책공모전은 청년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공모 아이디어가 조례로 결실을 맺기도 했다. 청년 참여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이런 '이벤트성' 사업이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본질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경남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자리가 없고, 주거비는 비싸며, 문화·여가 인프라는 빈약하다. 경남 청년 상당수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지역 정착 최대 장애물로 꼽는다. 20~30대가 원하는 양질의 서비스업·IT 업종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경남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년 월세 지원이나 신혼부부 주거 보조금도 타 광역시에 비해 턱없이 낮다. 공모전 몇 차례 개최한다고 이런 구조적 결핍이 해소될 리 없다.

더 큰 문제는 경남도와 기초지자체가 중장기 청년정책 전략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 광역시들은 청년기본조례에 근거해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청년정책 전담부서를 두며, 매년 수백억 원 규모 예산을 투입한다. 반면 경남은 청년정책 예산이 도 전체 예산의 1% 미만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창출, 주거 안정, 문화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 정주 여건 개선보다는 행정인턴·멘토링·공모전 같은 단발성 프로그램만 반복할 뿐이다. '청년 정책을 하고 있다'는 알리바이 만들기에 급급할 뿐이다.

다행히 최근 경남도지사 후보들이 청년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청년 임대주택 1만 호 공급, 청년 일자리 기업 세제 감면, 청년 창업 펀드 조성 등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공약도 눈에 띈다. 청년층의 표심을 의식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간 소외됐던 청년 정책이 정치권 의제로 부상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공약은 많았지만 재원 마련 계획이 불투명해 흐지부지된 사례가 적지 않다. 청년 주거 지원 확대나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이나 집행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선거용 공약에 그칠 우려가 크다. 청년들은 공약집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정책을 원한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에 미래는 없다. 경남이 비수도권 청년 인구 최대 송출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 친화형 산업 육성,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충, 문화·여가 공간 조성 등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타 시도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청년 당사자가 정책 수립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공모전 수상작이 서랍 속에 묻히지 않으려면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청년들은 현수막과 시상식이 아니라 삶의 조건이 나아지는 변화를 원한다. 9천여 명의 청년이 등 돌린 경남이 다시 청년들이 모이는 땅이 되려면, 전시성 정책 대신 구조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도지사 후보들이 제시한 청년 공약 역시 당선 후 어떻게 실행되는지가 관건이다. 청년 정책의 진정성은 예산과 실행으로 증명된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청년 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