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롯데리조트에서 4일 열린 ‘제3회 BNK 커넥팅 위드 어스(Connecting With US)’는 형식만 보면 꽤 인상적인 자리다. 경상남도와 BNK경남은행, 기술보증기금이 손잡고 ‘경남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맺고, 수도권 VC·AC 50여 곳과 도내 스타트업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투자설명회(IR)를 진행했다. 이번 협약에는 공동 금융지원 상품 개발, 기술 기반 혁신기업 발굴·육성, 금융·비금융 지원 연계 등이 담겼고, 이 플랫폼을 통해 작년에는 4개 기업이 58억 원 규모의 벤처투자를 유치한 성과도 있었다고 한다.

지방에서 이렇게 민간 금융기관 주도로 투자 네트워킹을 키우는 시도 자체는 분명 긍정적이다. 문제는 이 좋은 틀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행사 한 번 잘한 것’으로 끝날 수도 있고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벤처투자 구조를 보면, 왜 이런 지역 플랫폼이 필요한지가 분명해진다. 2024년 국내 신규 벤처투자는 11조 9천억 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수도권 쏠림이 심하다.

최근 10년간(2013~2023년) 비수도권 소재 벤처기업 비중은 약 40%인데, 이들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의 경우도 전체 투자 34조 3천억 원 중 지방 계정 투자 비중이 3.2%에 불과했다. 

벤처캐피털의 합리적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수도권 선호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결과 비수도권 청년·기술기업은 “서울로 가든지, 아니면 대출이나 보증에 의존하라”는 구조에 내몰린다. 경남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고 청년 유출이 심한 지역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려면, 민간투자와 기술 기반 혁신기업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이번 ‘Connecting With US’가 목표로 삼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다만 시장주의 관점에서 보면, ‘도+은행+기보’ 3자 협력이 갖는 잠재적 위험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 공공 보증과 정책금융이 과도하게 앞서면, 민간 VC의 냉정한 심사가 약해져 자칫 ‘좀비 스타트업’을 연명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각종 보조·보증·대출이 얽힌 복잡한 프로그램은 창업자에게 “고객보다 정부·은행 눈치부터 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셋째, 성과가 불투명하면 결국은 ‘지원 건수’, ‘행사 참석 인원’ 같은 숫자만 남고, 진짜 중요한 매출 성장·고용·스케일업은 뒷전으로 밀린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책금융은 ‘선별(select)’보다 ‘분산(살포)’ 쪽으로 흐른 전례가 많다. 3자 협약도 같은 길을 간다면,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오히려 ‘관치+보증’에 기대는 문화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MOU가 시장을 살리는 방향으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민간 주도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투자 결정의 1순위는 여전히 VC·AC 등 민간 자본이 되도록 하고, 도와 기보, 은행은 ‘리스크 완화’와 ‘정보비대칭 해소’에 한정해 역할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보증이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더라도, 민간투자가 일정 비율 이상 동반될 때만 적용하는 식의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성과연동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단순히 대출·보증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후속투자 유치율, 매출 성장률, 양질의 고용 증가 등 명확한 지표와 연계해 지원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셋째, 정보 공개와 경쟁이 중요하다. 어떤 기업이 어떤 조건으로 얼마의 금융·비금융 지원을 받았고, 이후 3년 동안 매출·투자·고용이 어떻게 변했는지 (기업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개하면, 시장과 언론, 학계가 자연스럽게 ‘잘된 모델’과 ‘실패한 모델’을 가려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부실을 숨기기보다는 빠르게 정리하는 문화가 정착해야 다음 자원이 생산적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경남도의 정책 수단을 넓힌 최근 움직임도 이런 방향과 연결해 볼 수 있다. 도는 이미 ‘경남비자지원센터’를 통해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히며, 외국인 인재 유치와 정주 인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스타트업 금융지원 플랫폼과 인력·비자 정책을 연계하면, 단순히 돈만 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인재·시장 접근을 묶은 패키지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3자 협약의 성패는 ▲ 민간 주도 의사결정, ▲ 성과연동 인센티브, ▲ 투명한 정보 공개 이 세 가지를 얼마나 일관되게 관철하느냐에 달려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사진과 보도자료가 남겠지만, 5년 뒤 경남에서 “우리도 이 플랫폼 덕분에 성장했다”고 말하는 중견 스타트업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진짜 성적표다. ‘행사성 정책’으로 끝날지, ‘시장 친화적 지역혁신 모델’로 자리 잡을지, 이제부터의 운영이 시험대라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