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해양신도시에 들어설 ‘디지털 마산자유무역지역’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산업지형을 바꿀 구체적 경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총사업비 약 3,809억 원, 면적 33,089㎡, 2029년 준공 목표로 제시된 이 사업은 데이터·네트워크·AI 기반의 혁신 타운을 중심에 두고 정보통신과 첨단제조 기업을 집적해 고부가 수출을 견인하는 구조를 겨냥한다. 자유무역지역의 전통적 역할에 디지털 인프라를 접목하는 방식이어서, 경남 제조업의 체질 개선을 제도권 재정사업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은 1970년 국내 최초 자유무역지역으로 출발해 수출산업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고 기존 단지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경쟁력이 희석되자, 도시는 해양신도시 공공부지에 ‘디지털’이라는 성격을 부여한 새로운 거점을 선택했다. 인근 봉암동 국가산단의 재생 사업과 더불어, 단계적 개장을 앞둔 진해신항이 배후 물류의 대동맥으로 연결된다면 제조-항만-서비스가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인다. 설계의 성패는 이 축들을 데이터와 제도, 금융까지 아우르는 단일 체계로 통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사업을 단순한 부지 개발이 아니라 ‘안보형 공급망’을 구현하는 플랫폼으로 올려세울 필요가 있다. 진해신항 스마트 터미널의 운영 데이터와 자유무역지역의 생산·물류 데이터를 상호 호환 표준으로 연결하면 원산지 증빙, 통관, 수출금융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디지털 단일창구가 작동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중첩 위기 속에서 통관 리드타임과 거래비용을 동시에 낮추는 효과가 기대되며, 이는 지역 기업의 수주 경쟁력과 위기 복원력까지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질을 만들려면 변화의 속도를 제도와 보안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운영기술(OT) 네트워크를 업무망과 분리하고, 외부 반출이 통제되는 신뢰 데이터 구역을 설정하며, 장비·부품에 대한 소프트웨어 구성목록(SBOM)을 요구하는 보안 규격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역 중소·중견 제조업이 디지털·인공지능 전환을 일상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상시형 테스트베드와 인력 전환 프로그램을 비치하고, 전략물자와 이중용도 품목을 다루는 기업을 위해 수출통제 내부준수프로그램(ICP) 컨설팅과 인증을 제공하는 상주 컴플라이언스 센터를 설치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전자무역문서, 원산지 관리, ESG 공시를 지원하는 공공–민간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면 해외 바이어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항만 단계 개장 일정과 호흡을 맞춘 배후 물류망·콜드체인·반도체·배터리 특화 창고의 연계는 제조–항만–금융을 하나의 패키지로 완성한다.

예타 선정은 출발점에 불과하며 성패는 설계와 운영의 정교함에서 갈린다. 콘크리트보다 규정과 데이터 표준, 보안과 통제 체계의 완성도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경남도·창원시·산업부가 초기 단계부터 운영 규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진해신항의 단계별 개장과 시간표를 맞추면서 자유무역지역–국가산단–항만을 끊김 없이 연결하면, 창원과 경남은 수출과 안보의 두 축을 겸비한 국가급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