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진해 안골만 매립사업이 “사실상 무산”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장기간 진척이 없다는 이유로 청문을 거쳐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지난해 말 취소하면서, 20여 년 넘게 끌어온 개발 청사진은 한순간에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사업의 성패가 아니다. “매립 예정지”라는 족쇄가 마을과 주민의 삶을 오래 붙잡았고, 이제는 백지화의 충격까지 떠안게 됐으니, 이 허무한 결말이야말로 지역 행정과 기업의 무책임이 남긴 청구서다.

이 사업은 1997년 추진 논의가 시작된 뒤, 2002년 매립면허 승인과 2007년 면허권 인수 등 굵직한 이정표를 밟았지만, 어업권 민원과 소송, 역사·문화유산 훼손 우려가 겹치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해 왔다. 특히 안골만 일대에는 경남도 기념물인 안골포 굴강, 문화재 자료로 지정된 웅천안골왜성 등 역사 자원이 밀집해 있어 “개발”이라는 이름의 삽질이 곧 “훼손”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수년간 이어졌다. 그럼에도 행정은 갈등을 조정해 해법을 만들기보다, 연장과 유예의 시간을 ‘관리’하는 쪽으로 기울지 않았는지 되묻게 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민은 기다림에 지치고, 책임의 주체는 흐려진다. 결국 취소라는 결말은 돌발 변수가 아니라, 예견된 붕괴에 가깝다.

문제는 이제 “무산 이후”에 있다. 주민들은 새 사업자 물색 등 후속 대책을 요구하며 분노를 터뜨리고, 어민과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손실과 박탈감도 적지 않다. 애초에 개발이든 보존이든, 그 방향이 분명했다면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으로 정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행정은 갈등의 정면을 피했고, 기업은 면허권을 쥔 채 시간을 흘려보냈으며, 그 사이 마을은 “언젠가 될지 모를 약속” 위에서 삶의 계획을 접어야 했다. 창원시의회가 올해 초 이미 안골만 매립면허 효력 상실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음에도, 현실은 또 한 박자 늦게 움직인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떠도는 말만 커지고, 갈등은 다시 지역을 갈라놓는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대체 사업자’라는 미봉책이 아니라, 행정이 책임의 언어로 정리하는 공적 로드맵이다. 첫째, 매립 예정지로 묶였던 토지·생활권에 대해 법적·행정적 지위를 신속히 재정비해 주민의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둘째, 어업권과 생계 피해, 지역경제 기대이익의 좌절을 둘러싼 갈등을 “각자도생”으로 방치하지 말고, 공개된 협의체와 객관적 자료로 보상·지원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셋째, 안골만의 미래는 아파트 단지냐 공터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역사·생태·항만 배후 기능을 조화시키는 공공 주도 재설계에서 찾아야 한다. 면허 취소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려면, 창원시는 ‘불가능했던 사업’의 잔해 위에 다시 민원을 쌓는 대신, 신뢰를 회복하는 설계도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