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의 고령인구 비율이 2025년 22.2%에서 2052년 47.8%로 치솟는다. 도민 두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초초고령 사회'가 불과 27년 뒤 현실이 된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재정 능력이다. 경남의 재정자립도는 39.2%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균에도 못 미치며, 세입의 60% 이상을 중앙정부 교부금과 보조금에 의존한다. 고령화로 복지 수요는 폭증하는데 스스로 돈을 벌 능력은 턱없이 부족한 구조다.

경남의 고령화 속도는 전국 평균을 웃돈다. 이미 2025년 기준 경남 18개 시군 중 14곳이 고령인구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합천군(38.9%), 산청군(38.5%), 의령군(37.8%) 등 일부 지역은 사실상 '노인 마을'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30년간 경남 전체 인구는 6.3% 감소하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78.5% 급증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 대상은 늘어나는 전형적인 인구 절벽 시나리오다.

문제는 이런 초고령 사회를 떠받칠 재정 기반이 너무나 취약하다는 점이다. 고령화로 기초연금·노인의료비·요양서비스 등 복지 지출은 급증한다. 정작 이를 감당할 자체 세수는 정체돼 있다. 지방세 수입 대부분이 부동산 관련 세목에 집중된 구조에서 인구 감소는 곧 세수 기반 붕괴로 직결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에서 복지 수요만 폭증하면 지방 재정은 파탄 직전까지 내몰릴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청년 유출이 이 악순환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이다. 경남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경기로 떠난다. 2023년 기준 경남의 20~30대 순유출 인구는 연간 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이 빠져나가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지역 소비가 위축되며, 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결국 지역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으며 세수는 더욱 감소한다. 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늘어나는데 청년 유출로 재정 기반은 무너지는 이중고다. 이런 식이라면 2052년은커녕 2030년대에도 경남 재정은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

지금 경남에 필요한 것은 청년 유입과 지역 산업 육성을 통한 재정 기반 강화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 유출을 막고, 제조업·서비스업 다변화로 자체 세수를 늘려야 한다. 동시에 복지 수요 급증에 대비한 효율적 재정 운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 현금 살포식 복지가 아니라 예방적 건강관리, 지역사회 돌봄 체계 강화 등 지속가능한 고령화 대책이 절실하다. 중앙정부 역시 재정이 취약한 지방에 대한 교부금 확대와 세원 재배분을 검토해야 한다.

재정자립도 39%로 고령인구 47.8% 시대를 맞이하는 것은 '재앙'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금 당장 청년 유출을 막고 재정 기반을 강화하지 않으면, 경남은 복지 지출 폭탄을 감당하지 못한 채 중앙정부 의존도만 높아지는 '재정 좀비'로 전락할 것이다. 초고령 사회는 이미 목전이다. 경남도는 6월 정례회에서 청년 정착 지원 조례 전면 개정과 지역 산업 육성 특별회계 신설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