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도가 2026년까지 2조 3453억원을 관광개발에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이다. 하지만 이 막대한 사업 계획 어디에도 환경영향평가 결과나 생태계 보전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
관광산업이 경남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지역경제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관광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남해 죽방렴과 바래길을 연계한 체험사업처럼 지역 고유자원을 활용한 시도도 눈에 띈다. 문제는 개발의 규모와 속도, 그리고 방식이다.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 중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사업이 얼마나 되는가. 도는 이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안 생태계가 취약한 남해안 일대에 대형 리조트와 해양레저 시설을 조성하면서 정작 갯벌 생태계, 멸종위기종 서식지, 수질 영향에 대한 평가는 뒷전이다. 더구나 죽방렴 같은 전통 어업유산 지역에 대규모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방식인지조차 검토된 흔적이 없다. '개발 먼저, 환경은 나중'이라는 낡은 관성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크루즈 관광 확대 역시 마찬가지다. 23건의 기항 의향서 확보는 분명 성과지만, 대형 크루즈선 한 척이 기항할 때마다 배출되는 오폐수와 대기오염물질, 해양생태계 교란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부산·제주의 사례에서 보듯 크루즈 기항 증가는 연안 수질 악화와 해양쓰레기 급증으로 이어졌다. 경남도는 이런 부작용을 예방할 구체적 대책 없이 '숫자 늘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는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
경남도의 관광정책은 양적 성장에만 집착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 몇 건의 유치 성과를 냈는지만 강조할 뿐 환경 수용력, 지역사회 갈등, 미래 세대의 환경권은 외면한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관광개발은 단기 성과 뒤에 환경 부채와 생태 파괴만 남긴다. 이미 제주와 강원 일부 지역은 무분별한 관광개발로 환경 훼손과 주민 갈등을 겪고 있다. 경남이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경남도는 지금부터라도 모든 관광개발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크루즈 유치도 연안 생태계 보호 대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하며, 전통 어업유산과 대규모 관광의 조화 방안을 지역사회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개발 속도를 늦추고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속가능 관광'이다. 2조원의 투자가 미래 세대에게 자산이 될지 부채가 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