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율주행 셔틀, 탄소저감 교통서비스, 앱 기반 통학·수요응답형 교통 등 이른바 ‘스마트·친환경 교통’ 실증사업이 전국 도시의 단골 메뉴가 됐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는 규제샌드박스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를 앞세워 신기술 실증과 사업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사업비는 수백억 원 단위로 집행되면서도 실제 시민의 이동권 개선과 탄소 감축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 예산 대비 효과를 검증하고 장기 운영계획을 내놓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미래 모빌리티 체험장”에 그치는 실증사업이 아니라, 지역 교통체계를 바꾸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스마트·친환경 교통’ 현수막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세종과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시작으로, 정부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와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규제에 막힌 신기술·서비스를 마음껏 실증할 수 있는 실험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세종 5-1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자율주행, 로봇, 모빌리티, 친환경 교통 등의 서비스를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로 설계되었다.
문제는 이런 실험이 시민 생활 속 이동 문제를 얼마나 바꾸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 목포의 강소형 스마트시티 사업이다. 목포시는 교통·환경·안전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하겠다며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총사업비는 264억 원에서 177억 원으로 두 차례 줄었고, 사업 기간도 1년 연장되는 등 출발 단계부터 진통을 겪었다. 사업 조정 과정에서는 집행 속도와 타당성, 추진 절차의 투명성을 둘러싼 지적이 이어졌고, 참여 기관과 세부 사업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목포 스마트시티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탄소저감 교통서비스다. 전기 자율주행 셔틀버스 2대를 도입해 목포역과 고하도, 여객선터미널 등을 잇는 관광형 노선을 시범 운영하고, 전기버스 관제 플랫폼과 탄소중립형 버스쉼터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관광객과 시민에게 새로운 교통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도시 전체 교통체계, 특히 출퇴근·통학·생활 교통을 좌우하는 대중교통망과 비교해 보면, 이와 같은 관광형 자율주행 셔틀이 도시 교통의 구조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서울시 자율주행 시범운행 사례는 실증사업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서울시는 상암, 강남, 청계천, 청와대, 여의도 등 6곳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운영해 왔고, 도입 1년 9개월 만에 누적 탑승객 5만5천 명, 운행거리 17만7천km를 넘겼다. 이는 시민들이 새로운 교통수단을 실제로 이용하며 기술을 체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동시에 이 기사에는 자율차 운행이 공휴일이나 악천후에는 중단되고, 주 4~5일, 하루 평균 6시간 내외에 그친다는 사실도 담겨 있다. 대부분 노선이 무료이거나 제한적으로만 유상 운영되는 것도 예산 지원이 끊기면 서비스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우리 도시의 자율주행·친환경 교통 정책은 아직까지 “실증 중심, 시간·공간이 제한된 쇼케이스”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탑승할 수 있는 셔틀, 특정 관광지나 축제 구간에만 등장하는 전기 자율주행 버스는 기술 홍보와 도시 이미지 제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야간 심야버스 부족, 환승 불편, 교통약자의 이동권, 농어촌 지역 교통 공백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할이 제한적이다.
규제샌드박스 승인 현황을 보면, 친환경 차량을 활용한 앱 기반 통학서비스, 보행자 자동인식 교통안전 시스템, 대도시권 수요응답형 광역 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관련 실증 과제가 이미 다수 선정되어 있다. 각 과제는 개별적으로 보면 의미 있는 시도이지만,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1~2년 단위로 국비와 규제 특례를 받아 “새로운 것”을 시험해 보는 프로젝트가 연속되는 구조에 가깝다. 실증이 끝난 뒤 어떤 사업이 실제 노선·요금·재정계획 속에 흡수되고, 어떤 사업은 언제·어떤 기준으로 정리되는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정보 공개와 평가가 부족하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에 대한 정책 자료를 보면, 정부는 오랫동안 세종과 부산을 “규제에 가로막힌 혁신 기술을 아무런 제약 없이 적용해볼 수 있는 실험장”으로 설명해 왔다. 혁신 생태계 조성과 기업 참여 확대라는 목표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도시 전체의 교통정책 관점에서 보면, 실험장 논리는 두 가지 질문을 동반한다. 첫째, 그 실험이 실제 주민들이 가장 불편을 겪는 시간·장소·계층을 겨냥하고 있는가. 둘째, 실험이 끝난 뒤에도 재정과 제도 위에 올라탄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남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실증은 결국 예산과 연구 성과의 목록에만 이름을 올리고 시민의 일상에는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친환경이라는 간판 또한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전기·수소 차량, 자율주행 셔틀, 공유 모빌리티 등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가 하루 몇 회, 특정 시간대에만 운행되고, 기존 승용차 이용을 대규모로 줄이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대로 걷기·자전거와 대중교통 연계를 지원하는 알뜰교통카드처럼, 보행·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 시 교통비를 보조해 대중교통 수요를 늘리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지만 탄소 저감과 교통비 부담 완화에 직접적인 효과를 보여 왔다. 화려한 실증사업과 기본적인 교통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지방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교통·모빌리티 실증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중요하다. 목포 스마트시티 사례처럼 사업비 감액과 기간 연장은 이미 시작 단계에서 사업의 불안정을 드러낸다. 세종 국가시범도시나 부산 에코델타시티 역시 수조 원 단위의 장기 사업으로 계획된 만큼, 중간에 사업 구조와 재정계획이 바뀔 경우 어떤 서비스가 유지되고 무엇이 사라질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실증을 위한 실증’에 그치는 교통 서비스는 결국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여전히 기존 시내버스와 승용차가 채우게 될 것이다.
이제 정책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교통·개발 분야의 스마트·친환경 실증사업이 진정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첫째, 출퇴근·통학·생활권 기준으로 실제 이동 행태를 분석하고, 그 기반 위에 실증 노선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하루 운행 횟수, 서비스 시간, 기대 이용객 수, 내연기관차 대체량, 예상 탄소 감축량 등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제시하고, 일정 기간 후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셋째, 국비·지방비·민간투자의 비율과 실증 종료 후 재정 부담 구조를 투명하게 밝히고, 지방의회와 주민이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논의 과정에서 시민 참여는 단순한 ‘체험단’ 수준을 넘어야 한다. 이벤트성 시승 행사와 SNS 후기만으로는 진짜 이용자의 평가를 들을 수 없다.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교통 소외 지역 주민이 실제로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반대로 어떤 장벽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는지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자율주행 셔틀이 ‘스마트시티의 장식품’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공교통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스마트·친환경 교통 실증사업은 도시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보여주기와 단기 실험에 치우친다면, 결국 남는 것은 홍보 문구와 소모된 예산뿐이다. ‘새로운 기술’보다 먼저 ‘누구의 발걸음이 편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실증사업은 도시 교통을 바꾸는 진짜 정책으로 성장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