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도가 최근 김해 관광개발사업에 국비 60억 원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분기 경남 건설수주액도 전년 동기 대비 2.3조 원 증가하며 지역 투자 확대 신호를 보냈다. 도는 2030년까지 친환경농업 면적을 2배로 늘리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수치만 보면 경남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듯하다.
투자 확대 자체는 분명 긍정적이다. 관광산업 육성과 건설경기 회복은 지역 고용과 소비를 견인하는 단기 처방이 될 수 있다. 친환경농업 전환 역시 탄소중립 시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런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정작 경남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조선업은 수주절벽과 구조조정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2023년 경남 조선업 생산액은 14조 원으로 지역 제조업의 20%를 차지한다. 거제·통영·고성을 아우르는 조선 클러스터는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0만여 고용을 책임진다. 그러나 글로벌 발주 감소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2024년 상반기 경남 조선소 신규 수주는 전년 대비 40% 급감했다. 대형 조선사들은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을 예고했지만, 경남도의 대응은 '민간 자율' 수준에 머물렀다.
더구나 조선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국방·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이다. 최근 정부는 해군 차세대 이지스함, LNG 추진 선박 등 고부가가치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 경남이 보유한 대형 도크와 숙련 인력은 이 시장을 선점할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경남도는 관광 국비 확보 보도자료는 즉각 배포하면서, 조선업의 방산·친환경 전환을 위한 로드맵이나 금융 지원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2.3조 원의 건설수주 증가가 반가운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정작 10만 일자리가 걸린 조선업 위기엔 침묵하는 것은 모순이다.
산업 포트폴리오 재편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관광과 건설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단기 부양책이고, 조선업은 기술·인프라가 축적된 장기 기반산업이다. 60억 원 국비로 조성하는 관광단지가 10년 뒤에도 수익을 낼지 불확실한 데 비해, 조선 클러스터는 이미 50년간 경남을 먹여 살렸다.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투자처 발굴이 아니라, 기존 핵심 산업의 위기 관리와 고부가가치 전환 지원이다. 국방 전략산업으로의 조선업 재편은 정부 정책과 맞물려 있어 지자체가 나서야 할 영역이다.
경남도는 관광·농업 보도자료 배포에 앞서 조선업 위기 대응 로드맵부터 공개해야 한다. 방산 선박 수주 지원, 친환경 선박 R&D 펀드 조성, 협력업체 금융 안전망 구축 등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하라. 단기 투자 성과에 취해 장기 산업 기반을 외면한다면, 10년 뒤 경남은 관광지는 많되 일자리는 없는 공동화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