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도의 해외 진출 행보가 눈에 띄게 활발하다. 지난주 미국 원전 시장 공급망 진입을 선언했고, 일본 대표 여행사를 상대로 관광 집중 홍보에 나섰으며, 글로벌 물류기업 9곳과 투자협력 물꼬를 텄다는 소식이 연이어 나왔다. 보도자료마다 '총력전', '집중 공략', '물꼬'라는 수식어가 등장하며 경남도의 글로벌 시장 공략 의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 협력이 실제 투자 유치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해외 출장과 홍보에 투입된 예산 대비 성과는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투자협력 물꼬'라는 표현이 나왔지만, 9개 물류기업과 체결한 내용이 양해각서(MOU) 수준인지 구속력 있는 계약인지 불분명하다. 투자 규모와 시기는 언제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협력 선언만으로 실적을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경남도가 해외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은 충분히 수긍한다. 미국의 원전 재가동 정책은 경남 제조업에 새로운 기회다. 엔저로 일본 관광 시장은 매력적이며, 글로벌 물류망 구축은 수출 중심 경남 경제에 필수다. 문제는 이런 기회를 실제 성과로 전환하는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 경남도 해외 출장 예산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지만, 같은 해 외국인 직접투자는 오히려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와 출장은 늘었지만 투자 유치 실적은 뒷걸음쳤다.

더 큰 문제는 중장기 로드맵과 성과지표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미국 원전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면, 향후 3년간 도내 어떤 기업이 어느 공급망에 진입할 것인지, 예상 수주액과 고용 효과는 얼마인지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일본 관광 홍보도 마찬가지다. 몇 개 여행사를 만났고 어떤 관광 상품이 개발됐는지, 일본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몇 명인지 명확해야 사후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도자료는 '협력 강화', '교류 확대' 같은 추상적 표현에 그친다.

경남도는 해외 진출 정책에 대한 투명한 성과 공개 체계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 MOU 체결 건수가 아니라, 실제 투자 유치액, 창출된 일자리 수, 수출 증가액 등 측정 가능한 지표로 성과를 평가하고 공개해야 한다. 해외 출장과 홍보 예산 집행 내역도 상세히 공개하고, 예산 대비 성과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울러 협력 선언 이후 6개월, 1년 단위로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실효성 없는 협약은 과감히 정리하는 사후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외 시장 개척은 지역 경제 활로를 여는 중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화려한 보도자료와 협력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경남도는 해외 진출 러시가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고 있음을 구체적인 성과 지표로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도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자, 글로벌 시장 공략이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