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도가 2조 3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관광지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관광지 12곳과 생태관광 거점 10개를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같은 시기 도는 바다의날을 앞두고 통영에서 해양정화 행사를 열고, 거제에서는 300명이 참여한 탄소중립 캠페인을 펼쳤다. 개발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2조 원대 개발 앞에서 일회성 행사로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착각이다.
관광산업 육성이 지역 발전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경남은 풍부한 해양자원과 산악 경관을 보유해 관광 잠재력이 크다. 숲길 정비에 684억 원을 투입해 188km 등산로를 손본다는 계획처럼 기존 자원 활용은 바람직하다. 환경보호 행사를 병행한다는 점도 일단 긍정적이다.
문제는 개발 규모와 환경평가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2조 3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관광지 개발에 대해, 정작 환경영향 사전평가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생태관광 거점 10곳을 조성한다지만, '생태'와 '개발'이라는 모순된 개념을 조화시킬 구체적 기준과 원칙은 부재하다. 해양생태계가 풍부한 통영·거제 일대에 대규모 시설을 들여놓을 경우 연안 생태계 파괴와 수질 오염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질적 보호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환경보호 활동이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는 점이다. 해양정화와 탄소중립 캠페인은 좋지만, 이것이 대규모 개발로 인한 생태계 훼손을 상쇄할 수는 없다. 하루 이틀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해양생태계를 지킬 수 없음은 분명하다. 300명이 참여한 홍보 행사가 실제 탄소배출 저감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도 없다. 결국 '환경보호'는 개발 추진을 위한 면피용 제스처일 뿐이다. 진정한 지속가능 관광은 개발 이전에 철저한 환경용량 평가와 보존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개발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사후적으로 정화 행사만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다.
대안은 명확하다. 관광지 개발 이전에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생태계 보존 가치가 큰 지역은 개발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속가능 관광의 구체적 기준—방문객 수 제한, 저영향 시설 설치, 생태계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마련하고 이를 예산 집행의 전제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숲길 정비처럼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사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경남의 미래는 단기적 관광 수익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태 자산에 달려 있다. 2조 원대 개발로 일시적 경기 부양은 가능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바다와 숲이 망가진다면 미래세대에게 빚만 남기는 꼴이다. 지금이라도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환경보호를 행사가 아닌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지속가능 경남'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