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환자 진료 기준 가이드를 변경해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대전에서 80대 환자가 7개 병원에서 진료 불가 통보를 받고 53분 만에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한 사건 등으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응급실 진료 가이드 라인을 공개했다.
보건복지부는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줄이기 위해 자부담 경비를 9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고 중증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그러나 경증 환자 구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경증 환자와 비응급 환자의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로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들이 높은 자부담 경비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직접 전화를 할 수 있는 경우 경증으로 본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의료계에서는 "직접 전화를 할 수 있어도 심근경색 등 위험한 급성 질환자일 수 있기 때문에, 의사가 진료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 밖에도 야밤에 머리가 찢어져서 피가 나는 경우 등 상식적인 관점에서 경증 환자로 분류할 수 없는 환자도 경증이라고 연이어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증도 분류체계를 개선하고, 경증 환자와 비응급 환자의 구분 기준을 명확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증 환자 구분의 문제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실제로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뇌출혈 환자는 초기 증상이 경미할 수 있어 스스로 경증으로 판단하고 응급실을 찾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복통의 경우 그 원인이 6,500가지에 달해 면밀한 검진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 스스로 중증도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는 응급실 방문 환자의 진료 순서를 정하기 위한 지표일 뿐,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KTAS 5단계 중 3~5단계에 해당하는 환자를 '중등증 이하'로 구분하고, 이런 환자를 응급실에서 받지 않더라도 진료 거부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환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를 별도로 진료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목소리다.
중증 진료기관의 수술실 및 병상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또한, 비대면 원격진료 활성화와 당직 병의원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