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군 미조면 설리마을 해녀들이 “대형 리조트 조성으로 어장이 망가졌다”고 호소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상여까지 끌고 나와 남해군과 쏠비치 남해 리조트 측의 책임 있는 보상과 대책을 요구했다.

27일 오전 10시 경남 남해군 읍면 사거리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해녀·주민 20여 명이 상여를 앞세우고 도로 한가운데에 섰다. 

상여에는 “우리 바다를 돌려달라”, “약속만 하고 외면한 군수는 각성하라”는 내용의 피켓이 걸렸다. 미조면 설리 일대에서 수십 년간 물질로 생계를 이어온 해녀들은 “쏠비치 남해 리조트 건설 이후 바닷속 지형과 환경이 달라지면서 어패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해녀들은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공사 과정에서의 매립·준설, 구조물 설치 등으로 전통 조업 구역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한 해녀는 집회 도중 “예전에는 한 번 들어가면 망태기가 꽉 찼는데, 이제는 몇 번을 들어가도 건질 게 없다”며 “이 나이에 딴 기술이 있어야지, 바다가 막히면 우리는 그냥 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남해군 읍면 사거리에서 설리마을 해녀가족대책위 관계자 20여 명이 남해쏠비치를 상대로 어업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해녀가족대책위 제공

이들은 특히 남해군의 미온적인 태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해녀들은 “남해군이 쏠비치 측과의 중재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군수가 우리를 두 번 죽인다”고 비판했다. 일부 참석자는 “장충남 군수는 설리 해녀들을 외면했다”며 군수 퇴진 구호까지 외쳤다.

해녀들은 장 군수가 지난 10월 쏠비치 남해 개장식 당시 “집회를 자제해 달라, 보상 문제에 힘쓰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는 점을 거듭 상기시켰다. 

남해해녀협회 최길동 총무는 “군수 말을 믿고 잠시 숨을 고르며 기다렸는데,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며 “오랜 기간 집회를 이어오며 고령의 해녀들이 지쳐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정이 더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쏠비치 남해 측은 지난 11월 초 해녀들과의 면담에서 설리마을 해녀 4명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녀들은 “수십 년 생계터를 잃은 피해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한 해녀는 “위로금 몇 푼으로 바다를 팔 수는 없다”며 “피해 실태 조사와 어장 회복 대책, 정당한 보상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설리 해녀들의 움직임은 올해 4월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남해군청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리조트 인근과 군청 주변에서 집회와 피켓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