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이 오는 7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남 진주 출신 동시대 미술가 정연두의 개인전 '알루미늄 오이: 정연두'를 개최한다. 1·2층 전관에서 사진, 영상, 조각, 설치, 사운드, 드로잉 등 총 36점을 선보이며, 이 중 4점은 미술관 커미션으로 제작한 신작이다.

정연두는 1969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영국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수학했다.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된 바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도쿄도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개인의 삶과 사회적 기억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작업으로 평가받는 작가다.
전시 제목 '알루미늄 오이'는 1980년대 소련에서 활동한 고려인 출신 록뮤지션 빅토르 최가 이끈 그룹 키노(KINO)의 1982년 노래에서 가져왔다.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알루미늄 오이는 1937년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고향을 떠난 고려인들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삶을 이어간 생존력과 회복력을 상징한다.
전시는 고려인의 강제이주 역사를 출발점으로 새로운 터전을 개척한 그들의 삶, 소련 해체 이후 한국으로 재이주한 후손들의 현재까지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다. 이를 통해 오늘날 이주와 이동, 정착과 공존이라는 주제를 현대 사회로 확장해 성찰하도록 이끈다.
전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이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된다. 로비 설치작품 '상상곡'은 현재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의 목소리와 1905년 멕시코로 향했던 한인 이주 노동자의 역사를 교차시키며 이주를 둘러싼 기억과 감정을 환기한다. 영상전시실의 '산조 열차: 1937'은 강제이주 열차의 풍경과 가야금 산조를 결합해 고려인의 이동과 시간을 시청각적으로 재구성한다.
대표 신작 '알루미늄 오이'는 알루미늄으로 주조한 501개의 오이 조각에 영상과 사운드를 결합한 대형 설치 작품이다. 2층에서는 발효의 이미지와 가야금 산조를 결합한 사운드 설치 '발효 산조', 그을음으로 제작한 '연기 드로잉-균형', 블루스의 즉흥성으로 고려인의 삶을 풀어낸 '피치 못할 블루스' 연작 등을 전시한다. 작품들은 음악과 발효, 식물과 노동, 기억과 신체를 연결하며 역사적 기억을 관람객의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미술관 야외에서는 '알루미늄 텃밭' 프로젝트도 운영된다. 작가가 직접 오이를 재배하는 과정을 전시의 일부로 확장한 것으로, 노동과 기다림, 생명의 시간을 관람객과 공유하며 전시 주제를 일상 속 경험으로 이어간다.
전시를 기획한 최옥경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고려인의 역사를 통해 특정 공동체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이동과 공존, 기억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예술을 통해 타인의 삶을 공감하고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정보는 경남도립미술관 누리집을 방문하거나 운영과(055-254-4637)로 문의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