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함양지역을 주도하던 가야 정치의 중심지는 어디였을까. 그 실마리를 담은 유적이 국민에게 공개됐다. 함양군은 지난 7월 1일 함양읍 백천리 산2번지 척지토성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했으며, 조사를 주도한 두류문화연구원은 이 유적이 단순한 산성이 아닌 당시 함양지역의 정치·행정 중심지인 '치소성'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를 확인했다.

함양 척지토성이 5세기 중엽 축조되어 5~6세기에 수축된 가야시대 정치·행정의 중심 거점이었음을 보여주는 발굴현장이 국민에게 공개됐다. (함양군 제공)

척지토성은 둘레 약 730m 규모의 가야시대 산성으로, 함양읍 백천리 일원에 위치한다. 2011년 서부경남 성곽 연구에 처음 소개된 이후 2019년 정밀지표조사, 2020년과 2021년 시굴·발굴조사를 거쳐 2025년 3차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국가유산청의 지원을 받아 한국문화유산협회가 주관한 '매장유산 학술발굴조사 활성화 사업'의 일환이다.

이번 3차 발굴에서 가장 주목할 성과는 동쪽 체성부에서 확인된 '층첩성토' 축조기법이다. 흙을 여러 겹 반복해 다져 쌓는 이 방식은 1,500년 전 가야인들의 뛰어난 토목기술을 생생히 보여준다. 추정 동문지에서는 서로 다른 시기에 축조된 석축시설 3기가 발견됐으며, 일부는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보 기능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척지토성이 오랜 기간 증·개축되며 지역 지배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했음을 시사한다.

출토 유물과 축조기법 분석 결과 척지토성은 5세기 중엽 처음 축조된 뒤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에 걸쳐 수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에 함양지역 지배세력의 대표 고분군인 백천리고분군이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척지토성이 당시 지역 지배세력의 정치·군사적 중심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학계는 이 유적을 가야 말기 함양지역 정치·행정 거점이자, 신라의 지방 지배체계 확장 과정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함양군 관계자는 "이번 발굴 조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함양지역 가야사의 실체를 밝히고, 우리 군의 독자적인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척지토성의 역사적 가치를 밝히고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유산협회 관계자도 "척지토성은 가야시대 함양의 정치·사회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유적"이라며 "이번 공개행사가 국민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체감하는 뜻깊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굴 현장과 주요 성과는 향후 영상 콘텐츠로 제작돼 한국문화유산협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