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 곳곳에서 재해 대응이 동시에 움직였다. 강성중 경남도의원은 통영 전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했고, 경남도는 폭염과 가뭄 피해를 입은 농가를 정밀조사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남도에 재난지원금 2억원을 기탁했다.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절차와 민간의 지원이 같은 시기에 겹친 셈이다.

교통망 개편도 눈에 띈다. 창원특례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2.0 버전으로 손질하겠다고 밝혔고, 경남도의원은 울산시장을 만나 광역환승 확대를 요청했다. 시 경계를 넘는 이동을 어떻게 묶을지가 관건인데, 한쪽은 운영 체계를, 한쪽은 요금·환승 체계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접근이 다르다.

이 밖에 성남시는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을 10%로 낮췄고, 세종시는 박물관·미술관 유치에, 횡성군은 고령친화도시 2기 인증에 나섰다. 지역마다 당면 과제의 결이 다르다는 점이 오늘 하루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공공성과 지속가능성, 그 줄다리기

성남시가 수정·중원구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12%에서 10%로 낮췄다. 공사비 급등으로 멈춰선 원도심 사업을 움직이게 하려는 조치지만, 세입자 몫을 줄이는 결정이기도 하다. 개발과 주거 안정 사이에서 저울추를 어느 쪽으로 옮기느냐의 문제다.

창원특례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2.0' 버전으로 손봤다. 노사정이 무분규 공동선언을 맺고 2년간 공무원 임금인상률에 맞춰 임금 기준을 새로 짰다. 지난 5년의 운영 성과는 유지하면서 재정 부담은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두 사업은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닮았다. 하나는 규제를 풀어 민간 사업성을, 다른 하나는 임금 구조를 조정해 재정 지속성을 확보하려 한다. 공공성을 지키는 쪽에서 조금씩 물러나 사업 자체가 멈추지 않게 하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조상호 세종시장이 25일 시청 집현실 간부회의에서 박물관·미술관 유치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청 제공
조상호 세종시장이 25일 시청 집현실 간부회의에서 박물관·미술관 유치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청 제공

문화시설과 광역교통, 다른 방식의 지역 경쟁력

세종시가 박물관과 미술관 유치를 기업 투자 유치와 같은 급의 전략 과제로 올렸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25일 간부회의에서 국립여성사박물관 이전을 계기로 관련 시설 확충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장이나 연구소 대신 문화시설을 도시 경쟁력의 축으로 삼겠다는 발상이다.

경남에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나왔다. 성동은 경남도의원이 김상욱 울산시장을 만나 부울경 광역환승 할인 제도 확대를 요청했고, 울산시도 제도 도입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나는 시설을 유치해 도시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경계를 넘어 생활권을 넓히는 전략이다. 지역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 반드시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강성중 경남도의원이 통영시 전역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제공
강성중 경남도의원이 통영시 전역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제공

통영엔 지정 논쟁, 도청엔 기탁식

경남 통영의 8월 집중호우 피해를 둘러싸고 특별재난지역 지정 범위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정부는 산양읍과 봉평동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강성중 경남도의원은 통영시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5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비 피해가 두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재난 지정의 경계선이 실제 피해의 경계선과 다르다는 지적은 복구 현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문제다.

같은 날 경남도청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재난 복구 지원금 2억 원을 기탁했다. 피해 주민 구호와 자원봉사 지원에 쓰일 자금으로, 박완수 도지사와 이부환 신임 대표이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지정 범위를 놓고 행정과 정치권이 씨름하는 동안, 민간 기업의 지원은 지역이나 행정구역을 따지지 않고 먼저 움직였다. 제도의 속도와 민간의 속도가 같은 재난 앞에서 다르게 흘러간 하루였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이부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임 대표이사가 25일 도청에서 열린 재난지원금 2억 원 기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도청 제공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이부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임 대표이사가 25일 도청에서 열린 재난지원금 2억 원 기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도청 제공

어르신 정책, 1기 딱지 떼고 다시 짠다

강원 횡성군이 25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고령친화도시 2기 인증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이미 받은 지역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자리다. 1기 사업에서 무엇이 통했고 무엇이 겉돌았는지 먼저 짚은 뒤, 어르신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뼈대로 삼아 중장기 실행 계획을 세웠다.

돌봄 정책이 흔히 신규 사업 발표에 그치는 것과 달리, 이번 접근은 이미 해본 것을 되짚는 데서 출발했다. 인증을 받는 것 자체보다 그 뒤 실행이 어긋나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절차가 앞선 셈이다. 고령화가 빠른 지역일수록 이런 재검토 작업의 무게가 다르게 읽힌다.

창원특례시가 시내버스 노사정과 무분규 공동선언을 맺고 준공영제 2.0 추진에 나섰다. /창원특례시 제공
창원특례시가 시내버스 노사정과 무분규 공동선언을 맺고 준공영제 2.0 추진에 나섰다. /창원특례시 제공

단감 타들어간 자리, 국비 지원 건의로 이어지다

경상남도가 25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폭염과 가뭄으로 피해를 본 농가에 대한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올여름 폭염은 단감 열매가 볕에 타는 일소 피해로 이어졌고, 도청은 이를 자연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지난 21일 농림축산식품부를 직접 찾아 국비 지원을 건의했다. 조사는 그 후속 절차다.

피해가 확인된 뒤 지원을 요청하는 통상의 순서와 달리, 이번에는 중앙부처 방문과 재해 인정 건의가 먼저였고 현장 조사는 그다음에 이뤄졌다. 국비 지원의 문턱을 넘으려면 피해 규모를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데, 그 증명 작업보다 정치적 설득을 앞세운 셈이다. 폭염이 남긴 것은 타버린 감뿐 아니라, 재해 인정 기준을 둘러싼 행정의 셈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