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김주범 의원이 9월 2일 본회의에서 두 재난의 추모공간과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는 중장기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과 지하철 화재로 293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를 기억하는 시설과 자료들이 개별 기관의 사정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1995년 상인동에서 발생한 도시가스 폭발로 101명이 사망했고, 이 중 42명은 등교 중이던 영남중학교 학생들이었다. 8년 뒤인 2003년 2월 18일에는 지하철 1호선 열차 화재로 또 1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참사는 국내 재난사 중 손꼽히는 대형 사건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을 추모하는 방식이 제도적 뒷받침 없이 시민과 유족 중심으로만 유지되어 왔다.
문제는 세심관이라는 추모관에서 비롯됐다. 상인동 참사 이후 시민들의 성금으로 조성된 이 시설은 참사의 기록과 유품을 보존하며 오랜 세월 그날의 기억을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 학교 이전 논의가 현실화되면서 세심관의 존치 여부까지 불확실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세심관을 현 위치에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추모시설과 기록물이 특정 기관의 행정 변화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18년 전이다. 김 의원은 2008년 당시 달서구의회에서도 상인동 참사를 주제로 발언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의원이 제시한 해결책은 세 가지다. 먼저 상인동 참사뿐 아니라 2·18 지하철 화재 등 대구 주요 재난 전체에 대한 추모공간과 기록물 종합 실태조사를 벌일 것. 다음으로 희생자 추모, 기록물 보존, 추모공간 관리가 시 차원의 공식 책무임을 명시할 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것. 마지막으로 이러한 추모와 기억을 시민 및 학생 안전교육과 연계시킬 것이다.
김 의원은 "보상과 배상이 과거의 피해를 수습하는 일이라면 추모와 기억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현재와 미래의 안전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번의 대형 참사를 겪은 대구라면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숙하게 희생자를 추도하고 재난의 기억을 지켜가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픔이 저절로 교훈이 되는 것은 아니며, 기억하고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이제는 유족과 몇몇 기관에만 맡겨둔 책임을 대구시가 제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