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철 경남도의원 등 43명이 발의한 '해군사관학교 통합·이전 절대 반대 및 진해 존치 결의안'이 23일 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에서 찬성 7명, 반대 3명으로 가결됐다. 정부의 국군사관학교 통합 계획에 대한 진해 지역의 저항이 도의회에서 공식화된 것이다.

경남도의회가 정부의 해군사관학교 통합·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진해 존치 결의안을 가결했다. (경상남도의회 제공)
경남도의회가 정부의 해군사관학교 통합·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진해 존치 결의안을 가결했다. (경상남도의회 제공)

박 의원은 제안설명에서 정부 계획의 문제점을 직시했다. "생도와 교수진, 핵심 교육 기능을 모두 대전으로 옮기고 기존 시설만 전문교육에 활용하겠다는 것은 진해 해군사관학교를 사실상 폐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46년 설립돼 80년간 진해에서 해군 장교를 양성해온 해군사관학교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해군 장교 교육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해군 장교는 바다에서 길러져야 하며, 함정 실습과 항해·해양생존 훈련은 내륙 교육으로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며 "군의 합동성은 사관학교를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교육과 교환학기, 합동훈련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진 절차의 문제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통합의 타당성과 재정 소요, 지역에 미칠 영향에 관한 객관적 분석 자료가 단 한 건도 공개되지 않았고, 당사자인 진해구민의 의견수렴도 한 차례 없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관련 법률의 연내 처리를 밀어붙이는 것은 명백한 졸속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특히 진해가 국방을 위해 감내해온 오랜 희생을 강조했다. "진해는 근대 군항도시로 형성된 이후 120년 넘게 군과 함께해 온 도시"라며 "한때 진해시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해군 소유 부지였을 만큼 도시 발전과 시민의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생 군사시설로 인한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온 어르신들이 계시는데, 이제 와 해군사관학교마저 옮기겠다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흥미롭게도 반대토론에 나선 이종호 의원도 해군사관학교의 '이전'에는 반대했다. 이 의원은 교육 인프라 중복, 학령인구 감소, 미래전의 특성 변화 등을 들어 사관학교 통합 자체에는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지역에 있는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통합 여부에는 의견이 엇갈렸으나 진해 존치에는 찬반 의원 모두 뜻을 같이한 셈이다.

이날 가결된 결의안에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의 즉각 철회, 해군사관학교의 독립성과 진해 존치 보장, 사관학교 통합 없는 실질적 합동성 강화, 관련 법률의 졸속 추진 중단과 객관적 검증·지역 의견수렴 등 공론화 선행, 계획 철회 시까지 진해 주민·시민사회·관련 지방의회와의 연대 대응 등이 담겼다.

표결 직후 박 의원은 "진해는 국가를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해 왔고, 그러한 진해가 정부의 갑작스러운 계획으로 또다시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며 "해군사관학교의 독립성과 진해 존치가 확실하게 보장될 때까지 진해구민과 함께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향후 경상남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