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구원이 산청군의 마애불상군을 집중 조명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역사문화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경남의 발견' 시리즈의 일환으로, 도전리 마애불상군의 보존 대책과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활용 방안을 담았다.

산청군 생비량면 양천강변 절벽에 자리한 도전리 마애불상군은 37구 이상의 불상들이 단일 암벽에 조각된 이례적인 유적이다. 국내에서 30구 이상의 불상이 한데 모인 사례는 극히 드물어 학술·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이 유산은 통일신라 말기의 정교한 조각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고려 초기의 역동적이고 토속적인 지방 양식을 보여주는 과도기적 특징을 지닌다. 특히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은 공수형 수인은 지리산권을 중심으로 한 남원 개령암지 마애불상군 등 전라도 지역 불상과의 연관성을 드러낸다.
불상들의 손 모양이 보여주는 신앙 체계도 주목할 만하다. 아미타불의 하품인과 약사불의 약기인 등 다양한 도상들이 함께 확인되면서 천년 전 주민들의 현세복락을 바라는 소박한 신앙심과 기층민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나 보존 상황은 열악하다. 마애불이 새겨진 암석이 풍화에 약한 장석질 사암인 데다 하천에 노출돼 있어 횡방향 균열, 암벽 기울어짐, 박리·박락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과학적 3D 스캐닝과 정밀 실측을 통해 학술 기반을 구축할 것을 제시했다. 상부 암반의 구조적 보강, 빗물과 직사광선으로부터 불상을 보호하는 시설, 배수로 정비 등 체계적인 보존·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가 지정 보물 승격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역 활성화와 유산 보존을 함께 묶는 주민 참여형 방안도 담겼다. 주변 주민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도전리 마애불 수호단'과 '청소년 서포터즈'를 구성해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만들고, 도전리 마애불상군과 인근 율곡사·정취암을 이을 '천년의 숨결, 산청 마애불 길' 등 탐방 코스 개발을 제안했다. 실내 마애불 체험벽 조성, 주민 '마애불 이야기꾼' 양성, 소원등 띄우기 행사 등으로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고민정 경남연구원 선임조사연구위원은 "산청 도전리 마애불상군은 1,000년 전 선조들이 마을의 안녕과 결속을 빌던 지역민의 삶과 신앙이 고스란히 반영된 문화유산"이라며 "마애불상군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체계적인 보존·관리 체계를 구축해 국가적 위상에 걸맞은 유산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